의료 통역에서는 약물과 관련된 대화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크게 보면 세 가지 중요한 상황에서 통역사가 약물 관련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첫째, 의사의 권고(recommendation)이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평가한 뒤 어떤 약이 필요한지, 어떻게 투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처방(prescription)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용량과 투약 기간, 부작용 등에 관한 안내가 이루어진다.
둘째, 약사의 복약 지도(pharmacist counseling)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국에서 수령할 때, 약사는 다시 한 번 투여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지 식후에 복용해야 하는지, 깜빡하고 약을 못 먹은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이나 약물과 상호작용이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환자가 올바르게 약을 복용하도록 돕는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한다.
셋째, 약물 검토(medication review)이다. 이는 주로 간호사나 약사가 문진 과정에서 수행하는 절차로, 환자가 현재 복용 중인 약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의료 기록에 정리한다. 특히 환자가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 상호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새로 처방할 약이 기존 약물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데 중요한 단계다.
이처럼 의사의 조언, 약사의 복약 지도, 간호사의 약물 검토는 각각 맥락은 다르지만 모두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핵심 과정이다. 따라서 약물과 관련된 통역을 할 때 통역사에게는 특히 높은 정확성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약 이름과 관련된 어려움
약과 관련해 통역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다양한 약 이름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대부분의 약 이름에 익숙해지지만, 생소한 이름의 약은 언제든지 다시 마주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약 이름이 성분명(generic name) 과 상품명(brand name) 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어떤 약은 성분명으로 불리기도 하고, 또 어떤 약은 상품명으로 더 자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약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성분명으로 지칭하기도 하고 상품명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Atorvastatin/Lipitor, Pantoprazole/Protonix 쌍은 그 좋은 예이다.
통역사 입장에서는 약 이름을 친숙하게 알고 있을 수록 수월해지는 것이 사실인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비슷한 그룹의 약물 이름을 묶어 기억하는 것이다. 예컨대 콜레스테롤 약 중에는 -statin 으로 끝나는 것이 많으므로, “statin 계열”로 묶어두면 기억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약물 용량 단위의 차이
약 이름 외에도 통역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용량 단위이다. 대부분의 약은 mg(밀리그램) 으로 표기되지만, 일부 비타민은 IU(International Unit, 국제 단위) 로 표시되기도 하고, 액체 약물의 경우는 ml(밀리리터) 나 % 농도로 표기되기도 한다. 드물게 mcg(마이크로그램) 단위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복용량을 말할 때 “밀리”라고만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밀리그램을 말하는 것인지, 밀리리터를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이런 경우 통역사는 당황하게 될 수 있다.
약물 투여 방법 및 빈도에 대한 표현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투여 방법에 관한 다양한 표현이다. 통역사가 접하는 약물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경구로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 약이지만, 좌약(suppository)이나 흡입용 약(inhaled medication)처럼 다소 생소한 형태도 종종 등장한다. 흡입용 약은 천식이나 폐질환 환자들이 사용하는 약으로 흡입기(inhaler)를 사용하여 투여한다. 또한 점안액(eye drop)과 진통제 패치(pain patch), 코 분무기(nasal spray) 등도 자주 볼 수 있다.
약물 투여 빈도에 대해서는 하루에 몇 번 복용하라는 빈도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데, 하루에 한 번, 하루에 두 번 정도가 가장 흔하지만 한 주에 한 번 먹는 약도 있고, 일년에 한 번 맞는 주사약도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복용하라는 의미인 as needed도 있다. 이 표현은 진통제나 제산제와 같은 약과 관련해 자주 사용된다.
약물과 관련된 통역은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소통 과정이다. 특히 용량이나 투약 빈도와 같은 세부 사항은 작은 차이로도 큰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통역사는 항상 높은 집중력과 정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약물 관련 통역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를 살펴보았고, 앞으로는 약물의 종류, 투여 방식, 단위 표현 등 구체적인 주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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