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통역이 힘든 이유 중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의료 통역사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학 용어에 친숙해져야 하고, 가끔은 진료 도중 한국어로도 생소한 병명이나 검사명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통역사는 많은 단어에 친숙해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통역을 처음 시작할 때는 먼저 의료 현장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기본 용어에 친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장소와 관련된 단어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진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병원이라는 장소를 지칭하는 단어가 영어와 한국어에서 1:1로 대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의원과 병원을 구분하거나 1차 병원과 2, 3차 병원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의료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모두 ‘병원’으로 통칭한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hospital(종합병원, 큰 의료기관), clinic(전문 진료 클리닉), doctor’s office(개인 진료실/개인 병원)으로 나뉜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이라고 말할 때 통역사는 문맥에 따라 이를 구분해서 통역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병원과 관련된 영어 단어를 이해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hospitalclinic, 또는 doctor’s office의 차이다. Hospital은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큰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입원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 중증 질환 관리, 전문 진료, 분만, 재활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환자가 “주치의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고 말할 때 이를 그대로 hospital로 통역하면, 통역을 듣는 사람이 ‘응급 상황이나 입원까지 필요한 큰 병원에 갔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는 간단한 진료나 상담을 위해 주치의를 방문했을 뿐인데, hospital이라는 단어 때문에 상황이 과장되거나 심각하게 전달될 수 있다.

반면, clinic은 규모가 hospital보다 작지만, 일반 진료나 전문 진료를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입원은 불가능하며, 예방적 진료, 정기 검진, 소규모 시술,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 외래 중심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일부 clinic은 소아과나 스포츠 손상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기도 하다. 대부분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거나 온라인/전화 예약이 가능하며, 병원처럼 24시간 운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통역사는 환자가 단순히 주치의를 만나거나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간 경우에는 clinic이나 doctor’s office로 통역하는 것이 적절하며, hospital로 잘못 통역할 경우 상황이 심각하게 전달되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인과 관련된 단어

미국에는 한국에는 생소한 주치의라는 제도가 있다. 주치의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관리와 예방적 진료를 담당하며, 건강보험 가입시 지정할 수 있고, 보험 카드에 주치의 이름도 함께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보험 플랜에 따라 저렴하게 만날 수 있고, 일정 기간 단위로 주치의의 변경도 가능하다. Primary Care Physician(PCP) 또는 Family Doctor라고 지칭된다.

반면, Specialist는 특정 질환이나 신체 부위에 대해 전문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이다. “I have an appointment with a cardiology specialist”는 ‘심장 전문의를 만나러 예약했습니다’로 통역된다. 환자에게 주치의와 전문의를 묻는 질문도 자주 등장한다. “Who is your primary doctor? Do you see any specialists?”는 ‘주치의가 누구십니까? 보시는 전문의가 있으십니까?’라고 통역할 수 있다.

이후 다시 언급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주치의의 의뢰가 필요하다. 이를 referral이라고 한다. 주치의의 의뢰를 받아 전문의 예약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면, 상담원은 일반적으로 이 referral이 시스템에 접수가 되어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예약과 관련된 단어

의료 통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핵심 단어 중 하나는 appointment이다. 일반적으로는 ‘약속’을 의미하지만, 의료 환경에서는 ‘예약’이나 ‘진료 예약’을 뜻한다. 예를 들어, “I’d like to schedule an appointment with Dr. Kim”이라는 표현은 ‘김 선생님과 진료 예약을 잡고 싶습니다’라는 의미로 통역하면 자연스럽다.

Schedule은 ‘예약을 잡다’라는 동사로 사용된다. 병원에는 예약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있기도 하지만, 특정 진료나 시술 예약은 의사 진료실에서 직접 잡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가 전화를 걸어 예약을 요청할 때는 단순히 “appointment”라고 하기보다, 진료 예약인지, 내시경 같은 시술(procedure) 예약인지, 혹은 영상검사(imaging) 예약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야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특히 외과의사의 경우에는 수술(surgery) 예약과 상담(consultation) 예약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와 관련된 단어

환자가 예약 후 의사를 방문하면, 먼저 간호사가 다양한 질문을 한다. 현재 복용 중인 약(medication), 알레르기(allergy) 여부, 증상(symptom)과 통증(pain) 등은 필수 질문이다. 간호사의 문진(nursing assessment)이 끝나면 혈압(blood pressure)과 맥박(heart rate) 등 활력징후(vital sign)를 측정하고, 이제 의사를 만날 준비가 되었음을 환자에게 알린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듣고 필요한 경우 검사를 지시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동사가 order이다. 예를 들어, “I’m going to order a chest X-ray to make sure your lungs are okay”와 같이 사용된다. 이 단어는 검사뿐 아니라 병원에서 퇴원 시에도 의사의 order가 있어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진료 결과 의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행동 중에는 referral이 있다. 환자를 다른 전문의에게 보내는 것을 의미하며, “I’ll give you a referral to a cardiologist”는 ‘심장 전문의에게 진료 의뢰서를 써 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다. Referral은 단순 권유가 아니라 공식적인 진료 의뢰이므로, 통역 시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또한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사는 prescription을 발행한다. “I’m going to send a prescription to the CVS pharmacy”와 같이 사용되며, 환자가 약을 받을 약국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아는 것이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일정 기간 후 다시 방문할 것을 안내하는데, 이러한 후속진료를 follow-up이라고 한다. 이미 시행한 검사나 치료 결과를 확인하거나 경과를 점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외래 방문이다.

이 모든 행동과 안내는 종합적으로 의사의 recommendation에 포함된다. 즉, “엑스레이 검사를 지시하고, 심장 전문의에게 의뢰서를 작성해드릴 테니 이 번호로 전화해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처방해드린 약은 하루 두 번 복용하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3개월 후 후속 진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와 같은 조언이 바로 recommendation이며, 진료 후 요약지(after visit summary)에 기록된다. 일반적으로 모든 조언은 환자가 나중에 참고할 수 있도록 요약지에 포함되므로, 의사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Don’t worry, I’ll include everything in your after-visit summary.”

약과 관련된 단어

언급한 바와 같이, 처방전을 이르는 단어는 prescription이며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한 약을 prescription medication이라고 부른다. 이는 처방약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의사의 처방이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이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는 일반의약품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미국에서는 이를 over-the-counter 약물, 줄여서 OTC라고 부른다.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제 등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에 “If you have mild pain, you can take Tylenol. It’s an over-the-counter medication, so you don’t need a prescription.”과 같은 문장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찾는 것에 관련된 동사는 “fill”로,  fill the prescription이라는 구로 사용된, “refill”은 이미 발행된 처방전을 다시 받아 약을 추가로 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만성질환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할 때 의사가 “You have two refills left on this prescription”이라고 하면, 이는 ‘이 처방전으로 두 번 더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통역할 때도 refill이 단순 재처방이 아니라 기존 처방을 이어받아 조제하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더욱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검사 및 검진과 관련된 단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사가 초진에서 주로 지시하는 검사에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처럼 실험실로 검체를 보내 이루어지는 검사와 엑스레이 처럼 사진을 찌는 검사가 있다. 전자와 같은 실험실 검사는 lab work라는 말로 총칭된다. 혈액검사는 blood work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lab work라는 단어가 혈액검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변검사를 의미하거나,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모두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는 진료 중 “Let’s order some lab work to make sure your kidney is okay”라고 할 수 있고, 간호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I’m calling in regards to your lab work result”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시 검사들은 의사가 order한 후 환자가 특별한 예약 없이 언제든 검사실에 들러 walk-in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Quest 같은 제3의 전문 검사 기관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영상검사를 뜻하는 imaging에는 X-ray, CT, MRI 등이 포함된다. 특히 초진에서는 초음파(ultrasound) 또는 엑스레이(X-ray)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응급 환자의 경우 CT를 찍는 경우가 많다.

한편,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검진에 관련된 단어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physical exam, check-up과 같은 단어이다. 예를 들어, “I’m here for my annual physical exam”은 ‘연례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습니다’라는 뜻이다. 또한 간호사가 접수 시, “Are you here for a follow-up or a routine check-up?”하고 묻는 경우도 있다.

맺는 말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의료 통역 현장에서 매일 사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핵심 단어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장소, 의료인, 예약, 진료, 약, 검사 및 검진과 관련된 단어들은 통역 시 반드시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익숙해져야 하며, 이 기본 단어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통역 준비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물론 각 항목을 깊게 들어가면 훨씬 다양한 전문 용어와 표현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의료인을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와 그 역할, 검사 종류와 검사 결과 관련 표현 등은 한 번에 다 익히기 어렵지만, 차근차근 접하다 보면 통역 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이후 글에서는 지금 정리한 각 영역—장소, 의료인, 예약, 진료, 약, 검사 및 검진—에 대해 보다 자세히 다루고, 실제 통역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과 표현까지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어뿐만 아니라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역할 수 있는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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