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통역을 하다 보면 다양한 약 이름과 약 종류가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를 소통하기 위해 사용된다. 통역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약 관련 표현을 숙지하여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미국 의료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약 관련 표현과 통역사가 기억해 두어야 할 점들을 다룬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항생제, 진통제, 혈액희석제를 살펴본다.

항생제 (Antibiotics)

항생제는 영어로 antibiotics라 하며,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감기처럼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항생제는 요로감염(UTI), 폐렴(pneumonia) 등 다양한 세균 감염에서 흔히 처방된다.

미국에서는 일부 바르는 약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감염을 일으키는 균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균이 의심되거나 원인균의 특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배양 검사(culture)를 통해 정확한 병원균을 특정한 뒤,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진통제 (Pain Relievers)

항생제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약물이 진통제이다. 영어로는 analgesic이라는 전문 용어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pain medication이나 pain reliever라는 표현이 훨씬 더 널리 쓰인다. 진통제는 처방이 필요한 경우와 일반의약품(OTC)으로 구입 가능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일반 진통제로는 타이레놀(Tylenol, 성분명 acetaminophen)과 이부프로펜(ibuprofen)이 있다. 타이레놀은 브랜드명이지만 워낙 널리 쓰여서 약 이름 자체처럼 사용되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부프로펜은 Advil, Motrin 등의 브랜드명으로도 불린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둘 중 하나만 권장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퇴원 시 간호사가 “통증이 있으면 필요할 때 일반 진통제를 드시되, 이부프로펜이 아닌 타이레놀만 복용하세요”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Naproxen, Aleve), 아스피린 등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로 묶이는데, 의료진이 “NSAID는 피하세요”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때 ‘엔세드’라는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통역사가 순간 당황할 수 있다.

OTC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이나 수술·골절 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narcotics)가 처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모르핀(morphine),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 브랜드명 Vicodin) 등이 있다.

혈액희석제 (Blood Thinners)

혈액희석제는 영어로 blood thinner라고 하며, 문자 그대로 혈액을 묽게 만든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 약이 중요한 이유는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동시에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텐트 시술 후에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며, 반대로 내시경 검사나 수술 전후에는 복용을 중단하도록 안내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blood thinner는 통역사가 자주 접하고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표현이다.

대표적인 혈액희석제로는 와파린(Warfarin, Coumadin), 헤파린(Heparin), 아픽사반(Apixaban, Eliquis),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Plavix), 다비가트란(Dabigatran, Pradaxa), 리바록사반(Rivaroxaban, Xarelto) 등이 있다.

맺는 말

위에서 소개한 표현과 약 이름들은 의료 현장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통역사가 반드시 익혀 두는 것이 좋다. 특히 antibiotics, pain medication, blood thinner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대화에서 거의 매일 오가는 표현이므로, 그 의미와 사용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해야 한다. 의료 통역사는 단순히 단어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약이 처방되는 상황과 주의사항까지 파악해야 보다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통역을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항생제, 진통제, 혈액희석제라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약 관련 표현을 다뤘다. 다음 글에서는 제산제, 이뇨제,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 현장에서 또 자주 언급되는 약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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