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일을 하다 보면, “이거만 고객이 알면 상담이 훨씬 수월할 텐데” 싶은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은 통역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상담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통역 시간이 걸리면 답답하거나 초조해질 수 있는데, 이런 마음 때문에 행동이 조금 급해지면 오히려 상담원이 도움을 주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오늘은 고객이 알아두면 상담과 통역이 훨씬 매끄러워지는 실용적인 팁을 정리해봤다.

통역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기

통역을 하다 보면, 고객이 통역 중간에 끼어들거나 질문을 하는 상황을 의외로 자주 마주하게 된다. 어떤 고객은 통역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질문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역사는 중간에서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상담원이 이미 답변을 제시했는데, 통역이 끝나기 전에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말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담원이 “환불을 해드릴 것이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을 때, 통역이 끝나기 전에 “환불 꼭 해주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라고 말을 이어가면, 해결책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금만 기다려서 통역이 끝난 뒤에 질문하거나 의견을 말해주면, 상담원과 통역사 모두 훨씬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통역사가 아닌 상담원에게 직접 말하기

고객서비스 현장에서 통역사의 기본 역할은 상담원과 고객 사이의 다리가 되어 소통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고객이 통역사에게 의견을 묻거나 한탄을 하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역사는 꽤 난감해진다.

통역사가 고객에게 직접 답을 하면 통역 흐름이 깨지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원은 무슨 말인지 몰라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반대로 통역사가 직접 응답하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예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통역사는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는 걸 기억하고, 하고 싶은 말이나 의견은 항상 상담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상담원의 리드에 따르기

많은 경우, 고객은 문제가 있어 전화를 걸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통역사가 전화를 받자마자 용건부터 바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객센터마다 진행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신원 및 계정 확인을 먼저 하고 용건을 묻는 경우가 있고, 어떤 곳은 용건부터 묻고 그 후에 신원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회사마다 진행 방식이 다른 이유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용건을 먼저 확인하고 다른 부서로 연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먼저 계정을 확인하면서 세부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상담원이 먼저 묻는 질문에 맞춰 대답하는 것이 좋다. 신원을 묻는 경우에는 신원 확인에 따라주고, 용건을 묻는 경우에는 핵심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훨씬 원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핵심부터 말하고 필요한 정보는 미리 준비하기

가끔 고객 분들은 일어난 일을 시간 순서대로 다 이야기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통역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리해주시는 것에 감사하지만, 상담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 때도 많다.

그래서 “카드에 사용하지 않은 내역이 있어서 확인하려고 합니다”처럼 주된 용건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주된 용건을 먼저 말하면 통역사는 핵심 내용을 바로 전달할 수 있고, 상담원은 문제를 신속하게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불필요한 배경 설명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상담원이 필요한 정보를 묻고 고객이 답하는 과정을 통해 상담이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또한, 통화를 시작하기 전에 계정 정보나 고유 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미리 준비해두면 상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추가 질문은 부담 없이 하기

상담원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돕는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상담원은 고객이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잘 이해되지 않거나 추가로 확인하고 싶은 사항이 있어도 질문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상담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통역사를 향해 질문하면 난감해질 수 있으므로, 질문은 반드시 상담원에게 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백그라운드에서 얘기하지 않기

통역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받을 때는, 주된 화자 한 명이 대화를 진행하고 그 동안 주변 사람과의 대화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통역사는 누구의 말을 전달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고, 상담원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정보 확인 등으로 주변 가족과 대화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담 중 계속해서 주변 사람과 말을 이어가면, 한국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원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거나 짜증이 날 수 있다. 게다가 기관마다 규정이 달라 제3자가 대화에 참여할 경우 구두 승인을 받아야 하거나, 은행에서 계좌 인증 중일 때 제3자가 끼어들면 이를 인증 실패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고유명사는 천천히 말해주기

대부분의 경우 고객은 휴대폰을 통해 통화하는 경우가 많아, 오디오 상태가 항상 깔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고유명사를 말할 때 지나치게 빨리 말하면 통역사나 상담원이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유명사를 말할 때는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름이나 주소처럼 스펠링이 중요한 정보는 스펠링을 함께 말해주면 훨씬 전달이 정확해진다. 이렇게 하면 통역사는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상담원도 혼란 없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통화가 원활하게 진행된다.

마무리

고객센터 상담원과 통역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이 필요한 것을 듣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상담원이 묻는 질문이나 진행하는 절차 또한 이런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고, 통역사 역시 고객과 상담원 사이에서 매끄러운 의사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니 고객 입장에서는 “혹시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상담에 임하면, 통역과 상담 과정이 훨씬 원활해지고 문제도 더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금의 인내와 명확한 의사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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